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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중국문화기행-의무려산의 산신(山神)이 사는 곳, 북진묘에 가다(2부)

박지원은 당시의 북진묘 내부의 모습은 이렇게 적었다.

“ …… 뜰에는 ‘만수선림萬壽禪林’과 ‘만고유방萬古流芳’이라고 쓴 비석이 둘 있다. 절에는 큰 금부처가 다섯 개 있으며 절 우측에는 문이 하나 있고 그곳을 나가면 왼쪽에 고루(鼓樓), 오른쪽에는 종루(鐘樓)가 있다. 두 누각 사이에 또 세 개의 문이 있고 그 앞에는 세 개의 비석이 서있었는데 모두 황금빛 기와로 비각을 했다. 둘은 강희 황제가 직접 글을 짓고 쓴 것이며, 하나는 옹정황제가 직접 글을 짓고 쓴 것이다. 정전(正殿)은 푸른 유리 기와를 이었으며, 북쪽 벽에는 ‘울총가기(鬱葱佳器)’라고 적혀 있었는데, 옹정 황제가 쓴 것이다. …… ”

종루와 고루의 위치를 제외하고, 박지원 당시의 기록과 일치하는 것은 거의 없어 보였다. 대부분의 비석들은 문화혁명 당시 파괴되었다가 다시 짝을 맞춰 놓은 모습이었고, 또한 본래 있던 자리를 벗어나 한꺼번에 줄지어 서있었다. 다섯 개의 큰 금부처, 황금빛 기와와 유리 기와가 정말 북진묘에 있었는지 조차 의심이 들 정도였다.

여기저기에서 느릿느릿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작업이 완료된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고, 일판을 벌려놓은 곳이 더 많아 보였으며, 작업 인부들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고 건축 자재들만 널려있었다. 스산한 바람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지붕 위의 잡초들, 나뭇가지에 묶여있는 붉은 천 조각들이 흉가를 떠올리게 하였다.

하지만 먼 길을 달려 어렵게 북진묘를 찾아온 터라 필자는 북진묘의 구석구석을 모두 살펴 보기로 하였다.

세 개의 문이 나있는 북진묘 입구를 들어서 앞에 나있는 20계단을 오르면, 신마전(神马殿)이 나온다. 신마전 안에는 두 마리의 말과 두 명의 마동(馬童) 상이 있는데, 이는 산신이 행차할 때 탈 말과 시중을 들 아이들이라고 한다. 신마전을 지나면, 북쪽으로 어향전(御香殿), 정전(正殿), 갱의전(更衣殿), 내향전(内香殿), 후전(后殿) 등이 배치되어 있다.

먼저, 북진묘의 정전은 다섯 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붕에는 푸른 기와를 올렸고, 기둥에는 조각과 그림들이 있어 질박하지만 우아한 모습이며, 제사 의식을 거행했던 장소이다. 정전의 내부 중앙에 있는 신단에는 “북진산신상”이 모셔져 있고, 동서 양쪽 벽에는 명나라 개국 공신 32명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청나라 건륭황제는 북진묘를 의무려산의 팔경 중의 하나로 봉하고, 시(詩)의 소재로 삼았으며, 역대 많은 황제들이 신에게 보살핌을 빌면서 제사를 지냈다. 이런 연유로 북진묘에는 원나라 이래의 고제비(告祭碑), 수묘비기(修庙碑记), 제영각석(题咏刻石) 등 모두 56개의 비석이 있는데, 그 가운데 원나라 시대의 비석이 12개, 명나라 시대의 비석이 16개, 청나라 시대의 것이 28개에 이른다.

후전은 산신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이며, 정전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후전의 내부에는 산신 부부와 동남 동녀의 상이 모셔져 있다. 북진묘의 서북쪽 모서리에는 병풍의 모습을 한 천연 암석이 있는데, 이름하여 “취석병(翠石屏)”이라 한다. 취석병의 아래에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나있는데, 이 구멍을 지나면 평생 요통을 앓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취병석 옆으로 “보천석(補天石)”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그림 7),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이 글씨가 명나라 순무(巡撫) 장학안(張學顔)의 필체라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 전설에 따르면, 본시 보천석은 중국 고대의 신으로 사람의 머리에 뱀의 몸을 가진 여와(女娲)의 것이었는데, 후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혼란이 일어나자 여와는 오색빛이 찬란한 이 보천석으로 구멍 난 하늘을 막아 세상을 구했다고 한다. 이른바 “여와보천”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이다. 하지만 복진묘의 보천석이 기사회생의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여와의 보천석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보천석을 살펴 본 후, 북진묘 정전 서편의 건물터를 둘러 보았다.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는 잡초 무성한 벽돌 길을 지나 조금 걸어 내려오니 작은 사당이 눈에 들어 왔다. 장식이 요란한 게 많은 잡신들이 모셔진 곳이리라 짐작되었다. 사당 입구에는 호법전(護法殿)이라 적혀 있었다.

230년 전 연암은 이 사당 앞에 이르러 이렇게 적고 있다.

“ …… 돌아와서 행랑 아래에 앉았더니 사당을 지키는 도사 세 명이 있어서 부채, 백지, 청심환을 각각 하나씩 주었다. 도사들은 모두 기뻐하며 뜰 앞의 잘 익은 복숭아를 한 바구니 가득 따다가 먹을 것을 청했다. 하인들이 떼를 지어 복숭아 나무 아래로 몰려가서는 나무 가지를 휘어잡고 마구 훑어댔다. 그만 하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 ”

잘 익은 복숭아의 모습도, 인심 좋은 도사들도, 무리지어 복숭아를 따던 하인들의 요란한 소리도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지만, 대신 필자는 이 사당에서 몇 명의 중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북진묘의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마주친 터라 다들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그들은 필자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필자의 중국어 대답에 무척 놀란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계속하여 어떻게 중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었는지, 이런 산골에 있는 북진묘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캠코더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등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잠시 후 그들은 떠났다. 필자도 돌아가는 길이 염려되어 서둘러 북진묘를 떠났다. 230년 전, 박지원이 이곳을 찾았던 날 세 명의 도사와 하인들을 만났던 것처럼, 필자는 호기심 많은 현지 중국인 여행객들을 이렇게 만났던 것이다. 시간과 사람은 달랐지만, 북진묘 여행 동안 필자는 여전히 230년 전의 공간에 와있음을 느꼈다.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타임캡슐이기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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